“원자력발전소 고장징후, 미리 찾아낸다”…한수원 ‘AIMD 센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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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원전 약 1만2000대의 회전·전력 설비 철통 감시 운전원 6명으로 설비 자동진단…‘예측진단’ 기술 덕분 원전 불시정지 14건 예방, IAEA·UAE·체코 등도 관심 최종 목적은 2025년 새울 1·2호기에 디지털트윈 구현
“전국 26기의 원자력발전소, 약 1만2000대에 이르는 회전·전력 설비를 매일 철통같이 감시·진단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원전 설비 자동예측진단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죠.”
지난달 27일 한수원 중앙연구원 ‘통합예측진단(AIMD) 센터’에서 만난 예송해 책임연구원은 “경주 본사 원전 종합상황실의 조기경보 시스템 등이 각 발전소의 운전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감시한다면, 이곳에선 주요 핵심설비의 고장징후를 찾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발전소별 100여대 설비 자동진단…6명으로 가능한 비결은 ‘AIMD’
한수원은 지난 2013년부터 지능형 감시 진단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 1단계로 경주 본사 원전 종합상황실 ‘E-타워’에 구축된 조기경보 시스템을 포함한 약 20개의 감시시스템은 2016년쯤 기술 개발을 마쳤다. 전국 원전의 주요 운전 변수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2017년부터 원전 설비 자동예측진단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E-타워에서도 각 원전의 운전 현황을 감시하면서 설비 고장징후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운전 변수의 트렌드 분석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확인하는 한계도 있었죠. AIMD 센터에선 설비 고장징후가 포착될 때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까지 진행합니다.”
예송해 책임연구원은 “기존 설비 진단은 고장이 발생하면 전문가의 수동 진단에 의존하고, 발전소별로 설비 진단 시스템이 따로 운영되다 보니 동종설비에 대한 비교 진단이나 유사한 고장을 예방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한 장소에 각종 설비의 실시간 데이터를 연계하고, 주파수 진단과 AI 분석 등이 적용된 시스템을 구축해 설비 진단과 진단 결과의 정확성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AIMD 센터는 총 6명의 전문 운전원이 상주하면서 발전소별로 하루 평균 100여대의 설비를 자동 진단한다. 발전소 현장에서 직접 측정된 신호에 오류가 감지되면 경보를 울린다. 이때 고장징후가 있는 설비에 대한 상세분석을 진행한 뒤, 해당 발전소에도 알린다. 또 분기별로 종합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중점점검 설비를 선정한다.
“현재 진행되는 자동예측진단기술 개발은 전국 26기의 가동원전, 약 1만2000대의 설비를 대상으로 합니다. 원자로 냉각재 펌프, 터빈, 발전기, 각종 펌프 등 회전 설비와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 설비가 주된 진단 대상이죠. 기술 개발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올해까지 AIMD 시스템의 진단모델과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일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AIMD 센터에 적용된 주요 기술은 ▲네트워크 연계·빅데이터 구축 ▲설비결함 자동진단 ▲열화상 딥러닝 ▲무선진동시스템 연계 ▲동종설비 비교진단 ▲3D 가시화 기술 등이다.
◆14건의 설비 불시고장 예방…IAEA·UAE·체코전력공사도 ‘관심’
한수원은 햇수로 3년째 AIM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간 AIMD 센터는 원전의 핵심 설비에 대한 실시간 감시로 설비 고장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등 한수원의 원전 설비 운영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온라인 상시 감시와 예측 진단을 통해 설비의 고장징후를 분석하고, 설비관리를 위한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꾸준하게 제공해 왔다.
그 결과 AIMD 센터 운영을 시작한 2022년 8월부터 1년간 총 2만6978건의 설비 진단과 286건의 경보, 58건의 조치 실적을 보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AIMD 센터 운영을 통해 14건의 설비 불시고장을 예방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한수원의 AIMD 시스템은 지난해 한수원이 체코와 폴란드에 제출한 신규원전 기술입찰 제안서에도 포함돼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AIMD 시스템엔 다년간 한수원의 원전 운영 경험과 진단 데이터가 갖춰져 있어 고객 니즈에 맞는 감시 콘텐츠 개발은 물론 센터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송해 책임연구원은 “AIMD 센터는 해외 유관기관의 인프라 벤치마킹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며 “지난해만 해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OECD/NEA), 아랍에미리트 나와에너지, 체코전력공사 등에서 AIMD 센터를 찾아와 기술 공유 가능성을 문의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한편 한수원은 양수발전소에도 원전 수준의 자동예측진단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북 예천양수발전소를 대상으로 시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한수원은 운영 중인 AIMD 시스템을 터빈, 펌프, 압축기, 모터 등을 갖춘 일반 산업계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예송해 책임연구원은 “한수원이 개발한 AIMD 시스템은 총 675종의 설비 자동예측진단모델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기술 상품화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AIMD 기술의 지식재산권은 17건의 특허 출원, 13건의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확보했고, 상품화를 위한 상표명(프로메테우스)를 출원한 상태”라며 “이밖에 소프트웨어 품질인증을 취득해 대외적으로도 기술의 유효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조기경보·AIMD에서 ‘디지털트윈’으로…2025년 새울 1·2호기에 구현
AIMD 센터는 핵심설비에 대한 원격 상시진단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 말고도 정비 주기 연장과 정비 비용 절감에 기여한다. AIMD 센터 운영을 통해 계획예방정비기간에 중점적으로 점검할 설비를 선정해 놓거나, 기존의 주기 기반 정비(TBM; Time Based Maintenance)에서 상태 기반 정비(CBM; Condition Based Maintenance)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상태기반 정비는 해외 경쟁노형도 많이 추구하는 정비 방식입니다. 그간 모든 원전은 일정 주기마다 분해 정비를 해왔는데, 저희가 가진 운전 감시진단 데이터를 모두 활용하면 설비 상태를 기준으로 정비체계를 바꾸는 것이죠. 이 경우 몇 개월 걸리던 정비기간을 최적화하는 데에도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향후 기술이 개발되면 원격으로 발전소 현장을 온라인 정비하는 방식도 차츰 준비할 계획입니다.”
한수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원전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컴퓨터에 실제 원전을 가상 디지털 쌍둥이로 구현한 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발전소 현장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 연계하는 개념이다.
발전소 설비의 상태나 변화가 실시간으로 디지털트윈에 그대로 반영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금껏 한수원이 개발한 조기경보 시스템과 자동예측진단 기술 등이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예송해 책임연구원은 “지능형 감시진단 프로세스에서 조기경보 등 감시시스템과 자동예측진단 기술이 점차 디지털트윈에 병합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2025년까지 한수원 전용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표준화를 통해 UAE 바라카원전과 똑같은 APR1400 노형이 탑재된 새울 1·2호기에 디지털트윈을 완성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론 2031년까지 한수원의 자체 스마트 플랫폼이 구축되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새울 1·2호기의 2차계통을 위주로 원전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과 3D형상, VR 모델 개발 등이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기경보 감시시스템과 자동예측진단 기술 연계, 2차측 열성능 분석, 노심출력 감시·예측 등이 주된 개발 대상이다. 이후 안전계통을 중심으로 APR1400 디지털트윈이 완성될 예정이다. 감시·진단·정비·운전지원 등 현장 적용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 채비를 마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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