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반도체 국가산단에 머크 유치까지...'일류경제도시' 고삐 죄는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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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소비에 의존하는 서비스업이 주를 이루는 전형적인 소비도시다. 뿌리기업의 성장 한계와 산단 노후화, 개발제한구역 등에 발목을 잡혀 극히 제한적인 산업용지 확보 문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유치 불발 등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기업과 인재가 동시에 떠나는 '탈대전 현상'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여기에 인근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 등으로 인구 150만명이 붕괴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런 '위기의식'은 민선8기 들어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일류경제도시 실현'을 기치로 내건 민선 8기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굵직한 성과를 하루가 멀다하고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5월까지 대전 유성구 교촌동 일원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확정, 이차전지 글로벌 기업인 SK온, 과학기술 선도기업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의 양해각서 체결, 국내 국방 및 강소기업과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이 확정되고, 우주 3각 클러스터의 중추로 선정됐다.
시 관계자는 “민선 8기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런 성과를 낸 것은 민선 시대 대전시정 역사상 최단기간에 경제 분야에서 거둔 최대 성과로, 투자 규모나 미래성을 볼 때 가장 파급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528만㎡ 규모 나노·반도체 산단 선정
민선 8기 최대 성과로 꼽히는 것은 지난 4월 대전 최초의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이다. 유성구 교촌동 일원 528만㎡ 규모로, 이번에 이름을 올린 국가산단 중 최대 규모다.
시는 국가산단을 2030년까지 국가첨단기술분야로 지정된 나노·반도체 산업과 신성장 산업인 우주항공, 도심교통항공(UAM) 등 연관 산업을 유치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특히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과 산학연관 융합기술 개발로 반도체 기술혁신 특화한 국가산단으로 조성키로 했다. 지역 뿌리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국가산단 지정 시 농림부 협의 과정에서 논의된 바이오산업 육성도 빼놓지 않고 챙길 방침이다.
국가산단은 고밀도 기업 클러스터와 정주 환경이 어우러진 신도시로 조성한다. 이를 위해 산업용지, 공원·상업시설, 연구시설 주거·복합용지 등 4개 권역으로 구분해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국가산단은 미래 대전 경제 활성화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유발효과만 6조2,000억에 달하고, 고용창출효과도 3만5,000명이나 될 것으로 추정돼 지역 내 반도체 가치 사슬을 연계한 산업생태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SK온에 글로벌 기업 머크까지...공격적 기업 유치
시는 국가산단과 지역의 다른 산단을 채울 대기업 등의 투자 유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대한민국 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선두주자인 SK온의 4,700억 원 투자 유치다. SK온은 하이니켈 개발 성공 등 우수한 연구개발 능력과 글로벌 양산체계를 토대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유성구 원촌동 일원에 연구원 시설을 확장하고,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및 글로벌 품질관리센터를 신설한다. 연구원 내 기존 부지를 활용해 연면적 총 7만3,400㎡ 규모로 추진한다.
SK온은 인프라 확충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고, 폼팩터 개발, 전고체 등 차세대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SK온의 투자를 통해 4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신규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지난 2년 간 공을 들인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의 아시아태평양 바이오공정 시설을 대전에 유치하는 '대박'도 터뜨렸다.
전 세계 6만4,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머크는 일렉트로닉스, 라이프사이언스, 헬스케어 총 3개의 비즈니스 파트로 운영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다. 유전자 편집 등을 통한 질병 치료 기술 개발부터 기기 성능 발전까지 모든 과학분야를 망라한 기업이다. 지난해 66개국에서 222억 유로(30조8,000여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머크는 1989년 설립돼 현재 1,7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머크가 대전을 택한 것은 국내 최대 연구개발 역량과 자원이 집중된 바이오산업 인프라 덕분이다. 대전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태동지로, 300여개의 바이오기업이 집적돼 있다. KAIST 등 19개 대학에선 연간 2,000여명의 전문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0월과 11월 한국 본사와 독일 본사를 잇따라 방문해 대전의 강점을 적극 설명하며 설득한 끝에 머크의 대전행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머크사는 대전 투자를 계기로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바이오테크 기업을 지원하고, 국내 유수 대학들과 바이오 분야 연구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시장은 "산업단지 500만평 조성과 대기업 유치는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일류경제도시 실현에 있어 필수조건"이라며 "SK온과 머크사의 대전 유치는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과학경제 패권을 대전이 쥘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시는 이밖에 6개 강소기업으로부터 총 815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주)그린광학 등 4개 방산기업은 안산첨단국방산단에 총 440억 원을 투자해 시설을 이전 또는 신설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시각장애 콘텐츠 기업이 321억 원을 투자해 서울과 수도권의 기존 사업장들을 신동지구로 통합 이전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지역에 2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방사청 이전 본격화...우주산업 주역으로도 우뚝
방사청은 지난해 8월 31일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해 대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민선8기 출범 불과 2개월 만이다. 방사청 선발대는 7월까지 한국마사회 건물로 이전해 업무를 보다가 대전정부청사 내에 청사가 건립되면 완전 이전할 계획이다.
방사청 대전 이전은 방산기술과 기업들이 대전으로 집약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이 우주산업 클러스터 3각 체제 포함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안'을 통해 대전을 연구·인재개발 특화지구로 최종 선정했다. 항우연 등 우주분야 핵심 연구기관과 교육기관, 기업이 밀집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 기관 등과 적극 협력해 미래 우주 신산업 창출을 위해 필요한 미래 선도형 연구개발과 우수 연구인력 양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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