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의 SMR(소형모듈원전)로 AI 시대 핵폭탄급 ‘에너지 쇼크’ 해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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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탄소중립·지역 소멸 문제도 SMR로 해결할 수 있어”
135조 투입 ‘오픈AI 프로젝트’ 에너지원에 SMR 포함돼…탄소 배출 적고 생산 효율 높아
GPT로 유명한 오픈AI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스타게이트 AI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투입 예산만 1000억 달러(약 135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주목되는 사실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한 이들 기업이 새로 구축되는 데이터센터 에너지원으로 SMR(소형모듈원전)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즉, 태양광·풍력이 주요 요소였던 재생에너지 범위에 원자력이 정식으로 추가됐다는 의미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세계 유수의 기관들은 2050년이 되면 전력 사용량이 지금보다 2.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AI 진화 속도와 양산, 파생 기술의 개발 상황에 따라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핵폭탄급’ 에너지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생산효율이 낮고 간헐성이 높은 기존의 재생에너지로는 AI용 데이터센터의 엄청난 전력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석탄화력발전이나 발전량이 절반 수준인 LNG발전을 사용할 수도 없다. 남은 해답지는 탄소 배출량이 적고 에너지 생산효율이 높은 원자력, 그중에서도 혁신성과 소형성을 구현한 SMR로 좁혀진다는 게 황 사장의 설명이다.
AI시대가 도래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논리에는 공감한다. 그렇다고 원전만 증가시킬 수는 없지 않나.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그동안 24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거의 100% 출력으로 운전해 왔다. 덕분에 국내 전력 수요의 30%를 담당하는 기저전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SMR은 대형 원전과 달리 탄력 운전이 가능하다.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이 담당하던 중간 부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다시 말해 출력 변동이 심하다. 이를 보완해 주는 중간 부하의 발전원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석탄과 LNG발전이 담당해 왔다.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발전을 감축하거나 폐지해야 하는데, SMR를 활용하면 대체가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할 때는 SMR의 전력 생산을 늘리고, 발전량이 많을 때는 줄이는 식이다.”
대형 원전과 SMR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국내 원전은 그동안 규모의 경제 논리를 적용하다 보니 대형화되는 추세였다. 고리1호기가 600MW,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1000은 1000MW, 최신형 모델인 APR1400은 1400MW로 발전했다. 해외 원전들의 추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형화에, 안전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예산과 건설 공기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한 에너지원이 바로 SMR이다. 혁신기술로 안전성은 획기적으로 높이고, 예산과 건설 공기를 줄여 투자 용이성이 향상됐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와의 조화를 통해 활용성을 높였기 때문에 원전은 일부 국가가 선택하는 제한된 옵션이 아니라,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국가, 지역,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됐다.”
황주호 사장이 5월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SMR & Advanced Reactor 2024’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전 세계적으로 70~80개 기업 개발 경쟁
SMR의 이런 장점 때문일까.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80개 기업이 SMR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은 2035년 글로벌 SMR 시장 규모를 630조원대로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 각광받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약 801조원)에 필적하는 규모다.
한수원 역시 SMR 개발과 관련된 경험이나 기술이 풍부하다. 우리나라는 1997년 SMART라는 SMR 노형을 개발했고, 2012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표준설계 인허가를 취득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3년 말 ‘혁신형 SMR(i-SMR)’의 기본설계를 완료했다. 올해부터는 표준설계에 착수했다. 2025년 말 표준설계를 완료한 후, 2028년 인허가를 취득하는 게 목표라고 황 사장은 설명했다.
혁신형 SMR이 현재 한수원에서 공을 들이는 모델이란 얘기인가.
“그렇다. i-SMR의 개발 및 사업화 목표는 명확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을 갖춰 글로벌 탄소중립을 가속화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것이다. 일례로 i-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가압기 등이 일체형으로 설계된다. 외부 전력이 상실되더라도 원자로 냉각을 유지할 수 있는 ‘완전 피동안전설계’가 적용돼 중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낮췄다. 경제성도 좋다. 설계 단순화와 현장 건설 물량 최소화로 투자 비용과 건설 기간을 기존 원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AI, 디지털트윈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 자율운전이나 원격운전이 가능한 만큼 운영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우수한 탄력운전 성능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의 다른 경쟁사에 비해 i-SMR 개발이 늦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을 비교해볼 때 위치는 어떤가.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계속된 고금리와 공급망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전 기업들의 경우 업종 특성상 인허가 문제도 안고 있다. 한수원의 경우 오랜 기간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한 노하우가 있다. i-SMR의 경우 2030년 초반 운영이 목표다. 경쟁사에 비해 개발이나 착공은 한발 늦었지만 1호기 완공 시점은 비슷하거나 더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SMR 프로젝트 공동 참여 업무협약식 모습 ⓒ한수원 제공
한수원의 ‘혁신형 SMR’은 송전선 필요 없어
황주호 사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4월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원자력연차대회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 혁신솔루션, i-SMR 기반 ‘SMR 스마트넷제로시티(SSNC)’라는 주제로 론칭 스피치를 했다. SSNC는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시티와 SMR을 결합한 개념이다. i-SMR이 에너지 공급의 백본이 되고, 재생에너지와 조화를 이뤄 각 도시가 필요로 하는 친환경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국내 2개 지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UAE, 스웨덴 등 5개 지역의 실정에 맞게 에너지 생산 및 소비효율을 극대화한 5개 SSNC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한 상태다. 이 모델을 적용할 경우 기존 도시 대비 에너지 생산 비용을 30% 정도 절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 SSNC 모델이 실현된다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나.
“반도체와 AI, 이차전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경우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지만, 발전 설비나 전력계통 건설 및 설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회적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SSNC는 이 분산 에너지 활성화에 특화된 사업 모델이다. 산업단지나 배후도시 인근에 재생에너지 생산설비와 함께 i-SMR을 건설할 경우 별도의 송전 인프라 없이도 수요자가 원하는 친환경에너지를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지역경제 성장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해서도 i-SMR이나 SSNC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최근 지자체별로 많은 국가산업단지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기업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를 유인책으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에너지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한다면 첨단산업 유치와 함께 인구 증가, 경제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현재 몇 군데 지자체와 이 SSNC 사업모델 추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 역시 사업 비전에 많이 공감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성장을 뒷받침할 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등의 한계가 있고, 석탄화력발전은 기후위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SMR은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수원 역시 대형 원전 및 i-SMR 중점 수출 추진 지역인 유럽 다음으로 동남아를 유망시장으로 판단하고 마케팅이나 협력을 추진 중이다. 작년에는 베트남 VinAtom, 인도네시아 PNL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중동 지역 역시 유망 수출 대상 지역이다. UAE 원전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현지에서는 한국의 기술력이나 사업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실적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전 수출이나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UAE와는 다양한 분야의 원전 협력을 위해 워킹그룹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SSNC 모델도 만들어 제시했다. 요르단과는 i-SMR 관련 워킹그룹 구성과 공동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는 MOU를 지난해 12월 체결한 상태다.”
원전 기술은 중국보다 한 수 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말미에 황 사장은 원전산업이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란 점을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산업의 경우 기술과 노하우 면에서 여전히 한국이 우위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뢰도도 높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격언처럼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산업을 키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 원전산업 구조는 지난 30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마냥 들여다보지만 말고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됐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했을 때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그렇다. 최근 지자체별로 많은 국가산업단지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기업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를 유인책으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에너지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한다면 첨단산업 유치와 함께 인구 증가, 경제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현재 몇 군데 지자체와 이 SSNC 사업모델 추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 역시 사업 비전에 많이 공감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성장을 뒷받침할 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등의 한계가 있고, 석탄화력발전은 기후위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SMR은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수원 역시 대형 원전 및 i-SMR 중점 수출 추진 지역인 유럽 다음으로 동남아를 유망시장으로 판단하고 마케팅이나 협력을 추진 중이다. 작년에는 베트남 VinAtom, 인도네시아 PNL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중동 지역 역시 유망 수출 대상 지역이다. UAE 원전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현지에서는 한국의 기술력이나 사업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실적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전 수출이나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UAE와는 다양한 분야의 원전 협력을 위해 워킹그룹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SSNC 모델도 만들어 제시했다. 요르단과는 i-SMR 관련 워킹그룹 구성과 공동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는 MOU를 지난해 12월 체결한 상태다.”
원전 기술은 중국보다 한 수 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말미에 황 사장은 원전산업이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란 점을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산업의 경우 기술과 노하우 면에서 여전히 한국이 우위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뢰도도 높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격언처럼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산업을 키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 원전산업 구조는 지난 30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마냥 들여다보지만 말고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됐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했을 때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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