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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사장 "SMR 활용한 ‘스마트 넷제로 시티’…K원전 새 수출모델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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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22회 작성일 23-03-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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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소도 생산하는 '에너지 자급 도시', 섬나라 등 맞춤형 전략 가능

유럽 원전 수출 이어 베트남·남아공도 공략 제2, 3 바라카 신화 창조

전쟁 장기화로 겨울 전력 대란 우려…원전 이용률 80% 이상 올려 대응




“한국의 원자력발전 산업이 ‘제2의 르네상스’를 열기 위해서는 수출 모델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중소형 원자로를 활용해 전기뿐 아니라 열과 수소까지 생산하는 ‘스마트 넷제로 시티’를 1년 이내에 K원전의 새로운 수출 모델로 만들겠습니다. 이러한 모델이 50만 명 내외의 중소 도시에 적용된다면 원전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탄소 배출 없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체코나 폴란드처럼 대형 원전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도 스마트 넷제로 시티 모델을 함께 패키지로 내세운다면 수주 경쟁에서도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황주호(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망가진 원전 생태계와 상처 입은 한수원의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지름길은 원전 수출”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 직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빠른 시일 내에 유럽에서의 첫 원전 수출을 이뤄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황 사장은 “앞으로 유럽뿐 아니라 베트남과 남아프리카공화국·필리핀 등에 ‘제2, 제3의 바라카 원전’ 신화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사장이 구상하는 스마트 넷제로 시티의 핵심은 분산 전원이다. 수도권에만 2500만 명이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인구 수십만 명 규모의 도시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한수원은 이 같은 도시에 SMR을 설치해 기저 전원의 역할을 맡긴 뒤 태양광·풍력·수력발전 시설을 추가 설치해 전기뿐 아니라 열과 수소까지 함께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스마트 넷제로 시티의 장점은 유럽뿐 아니라 캐나다와 카리브해의 중남미 섬나라들까지도 겨냥한 맞춤형 수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가장 앞장서서 탄소 중립에 나서고 있는 제주도 역시 기저 전원으로는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그는 “한수원은 원전 외에 수력과 신재생발전에도 적극적”이라며 “SMR과 함께 지열·수력·연료전지·태양광·풍력 등을 더하면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수용성이 낮은 원전의 가장 큰 단점을 인근 지역에 대한 투자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황 사장은 “원전 수출 과정에서는 정치적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SMR과 스마트 넷제로 시티 콘셉트가 결합된다면 민간투자도 받을 수 있을뿐더러 현지 업체와의 협업도 가능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 넷제로 시티 모델 개발을 위해 에너지기술연구원,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힘을 합친다는 구상이다.

황 사장은 현재 수주 경쟁 중인 체코와 폴란드 외에 베트남과 필리핀·남아공·네덜란드·핀란드 등에도 원전 수출을 타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이 공언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가성비 높은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원전은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 가운데 단위질량당 에너지 생산량이 가장 많다. 우라늄 1g은 100만 배인 석탄 1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진행하던 원전 협력 논의를 파기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또 베트남과 필리핀·네덜란드·남아공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황 사장은 “베트남 정부의 경우 ‘차이나 엑소더스’ 이후 자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원전 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원전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과 제도적 인프라를 갖춘 국가들을 중심으로 원전 수출을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전 수출 드라이브에 맞춰 수출 전담 부사장직 신설도 고민 중이다.

최근 국내 원전 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폴란드 원전 수출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한 뒤 우리의 원전 프로젝트에 안전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21일 미국 연방법원에 수주 경쟁자인 한수원과 한국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원전의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다. 애초 폴란드는 2043년까지 6~9G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현지 매체 제치포스폴리타에 따르면 미국을 찾은 야체크 사신 폴란드 기후환경 부총리는 정부 주도의 1차 원전 건설 사업자를 미국 웨스팅하우스로 선정하는 동시에 한수원을 민간이 주도하는 2차 원전 건설 사업자로 선정하는 방안을 그랜홈 장관과 논의했다.

폴란드 추가 원전 수주 전망에 대해 그는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폴란드는 현대화되지 않은 석탄발전 시설이 많아 원전 수요가 큰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건에 대해서는 “모든 게 하늘에 달려 있는 만큼 차분하게 보고 있다”며 “어떤 사업이든 쉬운 것은 없다. 역경을 겪고 넘어가는 과정에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은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황 사장이 구상 중인 스마트 넷제로 시티의 핵심도 SMR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기상 조건에 따른 간헐성과 높은 생산 비용은 한계로 꼽힌다. 반면 부하 추종 능력이 뛰어난 SMR은 유연성과 안정성이 높아 노후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를 보완해줄 수 있는 최적의 조합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SMR 기술 수준은 현재 가장 앞서나간다고 평가 받는 미국과 비교하면 5년가량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황 사장은 이 격차는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1997~2012년 원자력연구소 등이 참여해 만든 한국 최초의 중소형로 ‘스마트’ 기술을 토대로 2028년 한국형 SMR 개발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는 해외 대형 원전 사업을 통해 입증된 원전 기자재 공급망과 우수 원전 인력을 갖고 있는 만큼 기술 격차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사고저항성핵연료(ATF)’ 개발 역시 순조롭다. 올해 제조 기술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내년에는 성능 검증을 위한 연구로 연소 시험과 2024년부터는 상용로 연소 시험을 잇따라 진행할 예정이다. 또 2029년까지 연소 시험으로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ATF의 성능 평가 코드 검증을 완료하고 2034년부터는 발전소에 적용할 방침이다. 황 사장은 “최대한 열심히 연구를 진행해 2031년 이전에 여건을 맞추려고 한다”면서도 “혹시나 개발이 늦춰지더라도 프랑스 등에서 2025년 이후 ATF 상용화가 예정된 만큼 사서 쓸 수 있어 큰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LNG 가격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세계 각국은 전기요금을 2~3배씩 올렸다. 올겨울 에너지 수급 대란이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사장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60~70%대로 떨어진 원전 이용률을 올해 80%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면서 “올겨울 원전 25기 중 24기를 가동해 전력 대란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올해 원전 이용률을 1년 전(74.5%)보다 6.5%포인트 높아진 81%로 예상하고 있다. 원전 이용률이 80%대를 회복하는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한수원은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 수급도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공급원 다원화 내부 지침’에 따라 공급사별로 비교적 고르게 연료를 수입하고 있다. 농축우라늄 재고 2.7년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시적 공급 차질이 생기더라도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산 우라늄 제재를 검토하는 만큼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황 사장은 “러시아 로사톰이 가지고 있는 우라늄 농축 능력이 전 세계의 46%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과 합의할 경우 20% 미만의 저농축은 허용되는 만큼 러시아산 우라늄 이슈가 확대된다면 미국과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 폐기로 국내 원전 산업은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는 국민들의 불신은 한수원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황 사장은 조직 개편을 통해 사장 직속의 안전담당실을 신설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을 펼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규제 당국이 규제를 하지만 안전에 대한 첫 번째 책임자는 한수원”이라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일선 현장까지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대국민 홍보도 강화해 국민 불신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He is…

△1956년 서울 △서울 경기고 △서울대 핵공학과 학사 △미국 조지아공대 보건물리 석사 △미국 조지아공대 원자핵공학 박사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15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17대 한국에너지공학회 회장 △경희대 국제부총장 △29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산업부 원전수출자문위원회 위원장 △10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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