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다음은 네덜란드…원전 본산지 유럽에 '청출어람' 韓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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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의 본산지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982년 한울 1·2호기를 건설하며 프랑스형 원전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던 한국이 유럽시장에 역으로 원전을 수출하는 시대가 왔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원전 10기 수출 시대의 첫 발걸음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계약에 이어 테믈린 원전 2기 계약도 한국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체코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 지역의 원전 수주 기대감도 높아진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향후 유럽 수주 계획과 관련 "네덜란드로부터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받아 진행 중이고 타당성 조사 용역이 끝나면 입찰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50년만에 원전 건설에 나선 네덜란드 보르셀 원전 프로젝트는 2025년 사업자를 선정한다.
황 사장은 "핀란드와 스웨덴과도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폴란드와도 타당성조사 관련해서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전 10기 수출…유럽 공략 본격화
이 중 폴란드 패트누브(Patnow) 원전 프로젝트는 한수원이 2022년 일찌감치 참여 의사를 밝히고 그해 10월말 서울에서 LOI(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도 전폭 패트누브 프로젝트 지원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다만 이 사업을 폴란드 정부가 아니라 민간 에너지기업 제팍(ZEPAK)과 폴란드전력공사(PGE) 등이 주도하다보니 진행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은 한국이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요충지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세계 가동원전 416기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67기가 유럽에 있다. 계획된 원전 102기 중에서도 37기가 유럽 지역이다.
독일 등을 필두로 한 유럽 국가들은 원전을 반대해왔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발전 단가 폭등 등 에너지 안보 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원전을 발주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가 외에도 루마니아·슬로베니아·헝가리·튀르키예·영국 등의 발주가 기대된다.
유럽 내에선 역내 원자력 동맹을 주도하는 프랑스의 입지가 확고했지만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판도가 달라졌다. 영국 등 다른 유럽 지역에서의 수주 기회도 타진해 볼 수 있다.
영국은 1990년대 이후 20여년만에 힝클리포인트·사이즈웰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고 추가로 4GW(기가와트) 규모 대형원전 2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원자로 기준으로는 최대 4기가 투입될 수 있는 규모다.
◇美웨스팅하우스 소송 등 막판 변수
다만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소송 등은 원전 수출 변수로 남았다.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APR1400 노형과 관련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2022년 1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 노형은 한국 독자 개발 노형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라 미국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심은 '수출 통제 집행 권한은 미국 정부에 있어 웨스팅하우스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항소법원에 항소했다. 현재 항소심과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앞으로 관건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소송 등을 푸는 것"이라며 "마지막 조율 단계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간의 정부 차원에서의 원자력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부분은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그 결과물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알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 수출의 9부 능선은 넘었지만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내년 3월경 최종계약에 이를 수 있다.
정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전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하고 민간과 보조를 맞춰 지원을 한층 강화한다. 다음주 산업부 장관 주재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열어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원전 수출 유망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국가별 맞춤형 수주 마케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원전설비 수출을 병행해 종합 원전수출 강국으로 도약을 추진한다. 정부는 '2050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원전수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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